글 수 7
"예술"이라 불려야 할 프레임: MST M10084 Type-R
대개 애증(愛憎)으로 불리는 묘한 감정이 있습니다. 애정(愛情)을 두고 생각할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사랑과 증오, 전혀 별개의 감정인데,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지요.
제가 애증을 가지는 프레임이 바로 MST의 제품입니다. 하지만 제품으로서의 MST에 대해서는 "증(憎)"을 작품으로서의 MST에 대해서는 "애(愛)"를 가집니다. 제가 평소에 찬양하는 작가 정신을 가진 장인(匠人), 혹은 그 장인들의 제품에 대한 예와는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왜 제품으로서의 MST에 대해서 애보다는 증이 크냐하면, 그런 좋은 물건이 제품으로서 마케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제품이기보다는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경지에 이른 제품"이라는 것이 좋은 의미로 보면 좋은데, 그런 제품은 단명(短命)하게 됩니다. 제품은 제품으로 팔아야되는데 작품을 만들려다 보면 그걸 만드는 사람은 대개 쫄쫄 굶게 됩니다. 그리고, 굶으면서 작품을 만들다 보면 지쳐서, 혹은 가족 등으로부터의 외압 때문에 결국 그걸 만들기를 포기하게 되지요.
하긴 바이퍼의 최흥길/이주용 공동대표나 FX-4의 조상민 박사도 회사 초창기에 그런 정신으로 일을 하는 바람에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참 안쓰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그 노력을 사용자들이 인정하여 열심히 그 작품이라 불려 마땅한 제품들을 써 주시는 바람에 두 회사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 기술력을 국제 시장에서까지도 인정을 받으니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근데 그 전철을 MST가 그대로 밟아오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 앞서 대활약을 하고 있는 기라성 같은 선배회사들이 몇이나 더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이 회사도 잘 되길 바랍니다. 근데 불안합니다. '저 정도에서 그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한동안 시간이 지나면 전보다 더 엄청난 노력으로 만든 작품이 또 나오고, 다시 '그만해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하는데, 또 개선된 게 나옵니다. '저러다 망하지???' 싶어서 처음에 가졌던 사랑이 차라리 증오가 되어 가는 걸 느끼는 것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Microsoft처럼 완제품이 아닌 여러번의 반제품을 사용자를 베타 테스터 삼아 성공한 회사도 있잖습니까?^^; MS는 작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최소한 마케팅이 뭔지를 아는 회사가 아닙니까? 그래서 성공을 했고... 욕먹으며 성공해서 번 돈으로 이제는 자선을 펼치며 사용자에 대한 빚을 조금이라도 탕감하고 있고...
하여간, 전에 만든 걸 가지고 우려먹어도 되었겠지만 계속 제품 아닌 작품화의 길을 걸은 (아직은 회사도 아닌 개인 자격의) 김태상 선생이 만든 또다른 작품이 나온 것입니다. 개선을 고집하다가 본격적인 시장 진출도 못 하고, 망하는 수가 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계속 그 작업을 해 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시 이런 작품이 나왔습니다. 제품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불려 마땅한, MST M10084 Type-R입니다. 대개 "일공팔사/1084" 혹은 "천사"로 불리거나 표기되는 것들이 많은데, "만팔십사"로 읽혀지거나 "일공공팔사"로 불리게 될 제품입니다.
- 앞에서 약간 비껴 보면 이렇고... 클릭하면 가로 사이즈 800 픽셀의 사진이 나옵니다. 한 번 클릭해 보십시오.
- 옆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맨 처음에 공동제작(공제) 프레임의 시제품으로 845가 만들어졌고, 두 번째로는 스트레이트(straight) 100mm가 만들어 졌고, 세 번째로는 본격적인 845 제품이 만들어 졌으며, 이제 두 번째의 100mm 프레임인 100/84/100/100mm의 10084 제품이 등장한 것입니다.
아주 묘한 기분입니다. 이미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던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제품을 교묘하게 얽어매어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킨 제품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두 번째 제품을 보고 반해 버렸고, 세 번째 제품(845)에는 감격했으며, 이 네 번째의 제품을 보고는 손을 들어 버렸습니다.
같잖게도 남이 만든 제품을 보면서 시비걸길 좋아하는 저도 이 10084를 보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더군요.
Aluminium Alloy 7075. 7000 시리즈 알루미늄 중에서도 가장 강한 알루미늄 중 하나라는 소재를 칼로 깎아낸 듯 단아하게 프레임으로 만들어 낸 제품입니다. 이건 압출을 한 게 아니고, 실제로 NC 가공을 한 것이고, 한 개의 프레임을 깎아 내는데 무려 5시간 10분에서 30분씩이나 걸린 제품입니다.
프레임이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건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강한 걸 좋아하는 스케이터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제품이라 하겠지요.
7075를 열받은 상태에서 차게 식히는 T6 가공으로 더욱 강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표면 경도를 경질 아노다이징으로 기존의 50 정도에서 120으로 올렸다고 합니다.(대개의 다른 프레임들은 기존 경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내부의 소재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보다 표면 경도를 높인 제품은 내부 소재가 좀 강하지만 표면 경도가 낮은 것과 부딪힐 때 긁히거나 상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소재도 강한데, 표면 경도까지 많이 높여 놨으니 이건 실로 천하무적이라 하겠습니다.(연질 아노다이징을 한 제품들도 보셨을 텐데, 그런 것들은 경도가 약 10-20 정도입니다.)
- 격자(cross braces), 안쪽은 둥근 파이프와 같은 터널(?)이고, 바깥쪽은 6각 기둥입니다.
- 앞쪽.
- 앞의 격자를 다시 한 번...
- 뒷부분의 마운팅 슬롯(mounting slots).
- 표면은 회색도 아니고, 카키색도 아니고, 매우 묘한 분위기의 색입니다. 이처럼 매끈하게 가공이 되어 있습니다.
- 액슬이 이렇게 채워집니다.
위의 액슬이 채워져 있는 모양은 별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 다릅니다. 안쪽을 보면... 아래 쇼울더(shoulder)와 그 안쪽의 사진을 자세히 보십시오.
위 사진을 자세히 보시라고 접사(接寫)를 해 놨습니다. 뭐가 다른가요? 자세히 보시면 암나사의 윗부분인데 맨 위의 나사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무리하게 액슬을 채우려다 첫 나사산을 망가뜨리는 일이 있는 걸 보고, 첫 나사산을 맨 위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 두고, 그곳에 나사 가이드(nut guide), 즉 액슬 유도장치를 만든 것입니다. 무리 없이 첫 번째의 나사산에 액슬의 숫나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프레임 벽의 두께 만큼 나사를 내는데, 그 두께보다 약간 나사산이 짧게 만든 것이지요. 이 정도의 세심한 배려를 한 것입니다.
위의 사진도 자세히 보십시오. 뭐가 다릅니까? 대개는 프레임 벽에 암나사가 있는 쇼울더에 접한 액슬의 숫나사가 나사산이 완전히 감춰지도록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정밀하게 그 길이를 계산하여 나사산이 끝까지 결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무슨 이득이 있는지는 아시겠지요? 프레임 벽(쇼울더)이 나사를 채움에 따라서 아주 강하게 액슬의 나사산 끝 기둥에 밀착됩니다. 이렇게 되면 나사가 잘 풀어지지도 않고, 무리하게 더 채워지지도 않아 스페이서(spacers)를 보호하게 됩니다. 이 액슬은 T6 처리된 2024 알루미늄이라고 합니다.
- 프레임을 뒤집어 놓고 찍은 것입니다.
이 프레임의 무게는 210g입니다. 기존의 스트레이트 100mm 프레임이 지나치게 무거운 260g이었고, 그 후 845가 230g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이 10084의 무게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스트레이트 100mm 프레임은 현재 220g 정도로 맞춰서 재생산 준비를 끝냈다고 합니다만, 이 10084는 처음부터 적당한 무게로 나온 것 같습니다. 기존의 스트레이트 100mm를 보면서는 '잘 만들었지만, 이렇게 무겁게 만들려면 왜 소재를 강하디 강한 7075로 했을까?'하는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나중에 들었는데, 그건 디자인 공정 막판의 착각으로 계산이 잘못되어 무게가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소재라면 160g 대로 생산을 해도 충분히 튼튼함을 유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해서 부러질 지언정 휘어서는 안 된다."는 제작자의 생각 대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마 세상의 어떤 프레임도 이보다 튼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당 3.8kg의 알미늄궤를 NC 가공을 통해서 210g으로 가공해 낸 것이니, 물론 수고는 기계가 하는 것입니다만, 그 공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제품입니다. 그래서 이걸 감히 제품이라 부르지 못 하고, 작품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 제품은 일반적인 1084 프레임에 비해서 3mm 정도 높은 프로파일(profile)을 가지고 있으며, 스트레이트 100mm 프레임에 비해서는 5-6mm 정도 낮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품을 처음 보면 별로 타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프레임입니다. 타기보다는 어디 높은 곳에 올려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만큼 멋있는 프레임입니다. 아니면 이 프레임을 들고 스케이트장에 나가서 다른 프레임들과 "칼싸움"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점은 많이 얘기했고, 이제 단점을 얘기할 차례입니다. 대개 단점은 장점의 일부와 같습니다. 강해도 너무 강한 것이 단점이라 하겠지요. 너무 강하고, 단단해서 탄성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정확하게 원하는 힘을 전달하고, 지면에서 올라오는 반응을 그대로 받아 올리는 것에 주력한 제품이니까요. 실제 타 보면 그런 생각이 100% 반영되고, 또 실현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결정적인 단점은 가격이겠지요.^^; 전보다 훨씬 더 좋은 프레임들이 전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시점인데, 이 제품은 전에 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던 제품의 가격보다도 더 비싸거나 최고로 비쌌던 것과 비슷합니다.(가격은 더이상 말씀 안 드리겠고...)
마운팅 슬롯이 하나인 점은 아쉽기는 하지만, 큰 단점으로 보기는 힘들겠죠. 앞뒤로 여러 개의 마운팅 홀이 설치되거나 앞뒤 슬라이드식 블록으로 설치된 부츠들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마운팅 블록이 하나이기에 받는 경향이기도 합니다만, 일반 부츠에 이 프레임이 설치되면 상당히 리어(rear) 세팅이 됩니다. 아주 아쉬운 일이지요. 리어 세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괜찮겠지만, 센터 세팅을 좋아하시는 분, 혹은 프론트 세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리어 세팅을 싫어하시는 경우에는 두 개 이상의 마운팅 홀이 있는 부츠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 하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끝내기 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위에서 MST 프레임과 관련된 내용에서 그걸 "작품"이라고 쓴 게 있고, "제품"이라고도 썼는데, 그건 차라리 모두 "작품"으로 고쳐 표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앞으로 인라인 프레임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생긴다면, 거기 이런 식으로 등재될 수도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가: 김태상
작품 이름: MST M10084 Type-R
작품 발표 연도: 2004년
이 작가분은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016-779-0701로 전화하면 목소리까지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__^
대개 애증(愛憎)으로 불리는 묘한 감정이 있습니다. 애정(愛情)을 두고 생각할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사랑과 증오, 전혀 별개의 감정인데,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지요.
제가 애증을 가지는 프레임이 바로 MST의 제품입니다. 하지만 제품으로서의 MST에 대해서는 "증(憎)"을 작품으로서의 MST에 대해서는 "애(愛)"를 가집니다. 제가 평소에 찬양하는 작가 정신을 가진 장인(匠人), 혹은 그 장인들의 제품에 대한 예와는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왜 제품으로서의 MST에 대해서 애보다는 증이 크냐하면, 그런 좋은 물건이 제품으로서 마케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제품이기보다는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경지에 이른 제품"이라는 것이 좋은 의미로 보면 좋은데, 그런 제품은 단명(短命)하게 됩니다. 제품은 제품으로 팔아야되는데 작품을 만들려다 보면 그걸 만드는 사람은 대개 쫄쫄 굶게 됩니다. 그리고, 굶으면서 작품을 만들다 보면 지쳐서, 혹은 가족 등으로부터의 외압 때문에 결국 그걸 만들기를 포기하게 되지요.
하긴 바이퍼의 최흥길/이주용 공동대표나 FX-4의 조상민 박사도 회사 초창기에 그런 정신으로 일을 하는 바람에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참 안쓰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그 노력을 사용자들이 인정하여 열심히 그 작품이라 불려 마땅한 제품들을 써 주시는 바람에 두 회사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 기술력을 국제 시장에서까지도 인정을 받으니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근데 그 전철을 MST가 그대로 밟아오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 앞서 대활약을 하고 있는 기라성 같은 선배회사들이 몇이나 더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이 회사도 잘 되길 바랍니다. 근데 불안합니다. '저 정도에서 그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한동안 시간이 지나면 전보다 더 엄청난 노력으로 만든 작품이 또 나오고, 다시 '그만해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하는데, 또 개선된 게 나옵니다. '저러다 망하지???' 싶어서 처음에 가졌던 사랑이 차라리 증오가 되어 가는 걸 느끼는 것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Microsoft처럼 완제품이 아닌 여러번의 반제품을 사용자를 베타 테스터 삼아 성공한 회사도 있잖습니까?^^; MS는 작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최소한 마케팅이 뭔지를 아는 회사가 아닙니까? 그래서 성공을 했고... 욕먹으며 성공해서 번 돈으로 이제는 자선을 펼치며 사용자에 대한 빚을 조금이라도 탕감하고 있고...
하여간, 전에 만든 걸 가지고 우려먹어도 되었겠지만 계속 제품 아닌 작품화의 길을 걸은 (아직은 회사도 아닌 개인 자격의) 김태상 선생이 만든 또다른 작품이 나온 것입니다. 개선을 고집하다가 본격적인 시장 진출도 못 하고, 망하는 수가 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계속 그 작업을 해 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시 이런 작품이 나왔습니다. 제품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불려 마땅한, MST M10084 Type-R입니다. 대개 "일공팔사/1084" 혹은 "천사"로 불리거나 표기되는 것들이 많은데, "만팔십사"로 읽혀지거나 "일공공팔사"로 불리게 될 제품입니다.
- 앞에서 약간 비껴 보면 이렇고... 클릭하면 가로 사이즈 800 픽셀의 사진이 나옵니다. 한 번 클릭해 보십시오.
- 옆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맨 처음에 공동제작(공제) 프레임의 시제품으로 845가 만들어졌고, 두 번째로는 스트레이트(straight) 100mm가 만들어 졌고, 세 번째로는 본격적인 845 제품이 만들어 졌으며, 이제 두 번째의 100mm 프레임인 100/84/100/100mm의 10084 제품이 등장한 것입니다.
아주 묘한 기분입니다. 이미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던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제품을 교묘하게 얽어매어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킨 제품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두 번째 제품을 보고 반해 버렸고, 세 번째 제품(845)에는 감격했으며, 이 네 번째의 제품을 보고는 손을 들어 버렸습니다.
같잖게도 남이 만든 제품을 보면서 시비걸길 좋아하는 저도 이 10084를 보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더군요.
Aluminium Alloy 7075. 7000 시리즈 알루미늄 중에서도 가장 강한 알루미늄 중 하나라는 소재를 칼로 깎아낸 듯 단아하게 프레임으로 만들어 낸 제품입니다. 이건 압출을 한 게 아니고, 실제로 NC 가공을 한 것이고, 한 개의 프레임을 깎아 내는데 무려 5시간 10분에서 30분씩이나 걸린 제품입니다.
프레임이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건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강한 걸 좋아하는 스케이터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제품이라 하겠지요.
7075를 열받은 상태에서 차게 식히는 T6 가공으로 더욱 강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표면 경도를 경질 아노다이징으로 기존의 50 정도에서 120으로 올렸다고 합니다.(대개의 다른 프레임들은 기존 경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내부의 소재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보다 표면 경도를 높인 제품은 내부 소재가 좀 강하지만 표면 경도가 낮은 것과 부딪힐 때 긁히거나 상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소재도 강한데, 표면 경도까지 많이 높여 놨으니 이건 실로 천하무적이라 하겠습니다.(연질 아노다이징을 한 제품들도 보셨을 텐데, 그런 것들은 경도가 약 10-20 정도입니다.)
- 격자(cross braces), 안쪽은 둥근 파이프와 같은 터널(?)이고, 바깥쪽은 6각 기둥입니다.
- 앞쪽.
- 앞의 격자를 다시 한 번...
- 뒷부분의 마운팅 슬롯(mounting slots).
- 표면은 회색도 아니고, 카키색도 아니고, 매우 묘한 분위기의 색입니다. 이처럼 매끈하게 가공이 되어 있습니다.
- 액슬이 이렇게 채워집니다.
위의 액슬이 채워져 있는 모양은 별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 다릅니다. 안쪽을 보면... 아래 쇼울더(shoulder)와 그 안쪽의 사진을 자세히 보십시오.
위 사진을 자세히 보시라고 접사(接寫)를 해 놨습니다. 뭐가 다른가요? 자세히 보시면 암나사의 윗부분인데 맨 위의 나사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무리하게 액슬을 채우려다 첫 나사산을 망가뜨리는 일이 있는 걸 보고, 첫 나사산을 맨 위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 두고, 그곳에 나사 가이드(nut guide), 즉 액슬 유도장치를 만든 것입니다. 무리 없이 첫 번째의 나사산에 액슬의 숫나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프레임 벽의 두께 만큼 나사를 내는데, 그 두께보다 약간 나사산이 짧게 만든 것이지요. 이 정도의 세심한 배려를 한 것입니다.
위의 사진도 자세히 보십시오. 뭐가 다릅니까? 대개는 프레임 벽에 암나사가 있는 쇼울더에 접한 액슬의 숫나사가 나사산이 완전히 감춰지도록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정밀하게 그 길이를 계산하여 나사산이 끝까지 결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무슨 이득이 있는지는 아시겠지요? 프레임 벽(쇼울더)이 나사를 채움에 따라서 아주 강하게 액슬의 나사산 끝 기둥에 밀착됩니다. 이렇게 되면 나사가 잘 풀어지지도 않고, 무리하게 더 채워지지도 않아 스페이서(spacers)를 보호하게 됩니다. 이 액슬은 T6 처리된 2024 알루미늄이라고 합니다.
- 프레임을 뒤집어 놓고 찍은 것입니다.
이 프레임의 무게는 210g입니다. 기존의 스트레이트 100mm 프레임이 지나치게 무거운 260g이었고, 그 후 845가 230g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이 10084의 무게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스트레이트 100mm 프레임은 현재 220g 정도로 맞춰서 재생산 준비를 끝냈다고 합니다만, 이 10084는 처음부터 적당한 무게로 나온 것 같습니다. 기존의 스트레이트 100mm를 보면서는 '잘 만들었지만, 이렇게 무겁게 만들려면 왜 소재를 강하디 강한 7075로 했을까?'하는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나중에 들었는데, 그건 디자인 공정 막판의 착각으로 계산이 잘못되어 무게가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소재라면 160g 대로 생산을 해도 충분히 튼튼함을 유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해서 부러질 지언정 휘어서는 안 된다."는 제작자의 생각 대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마 세상의 어떤 프레임도 이보다 튼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당 3.8kg의 알미늄궤를 NC 가공을 통해서 210g으로 가공해 낸 것이니, 물론 수고는 기계가 하는 것입니다만, 그 공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제품입니다. 그래서 이걸 감히 제품이라 부르지 못 하고, 작품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 제품은 일반적인 1084 프레임에 비해서 3mm 정도 높은 프로파일(profile)을 가지고 있으며, 스트레이트 100mm 프레임에 비해서는 5-6mm 정도 낮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품을 처음 보면 별로 타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프레임입니다. 타기보다는 어디 높은 곳에 올려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만큼 멋있는 프레임입니다. 아니면 이 프레임을 들고 스케이트장에 나가서 다른 프레임들과 "칼싸움"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점은 많이 얘기했고, 이제 단점을 얘기할 차례입니다. 대개 단점은 장점의 일부와 같습니다. 강해도 너무 강한 것이 단점이라 하겠지요. 너무 강하고, 단단해서 탄성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정확하게 원하는 힘을 전달하고, 지면에서 올라오는 반응을 그대로 받아 올리는 것에 주력한 제품이니까요. 실제 타 보면 그런 생각이 100% 반영되고, 또 실현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결정적인 단점은 가격이겠지요.^^; 전보다 훨씬 더 좋은 프레임들이 전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시점인데, 이 제품은 전에 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던 제품의 가격보다도 더 비싸거나 최고로 비쌌던 것과 비슷합니다.(가격은 더이상 말씀 안 드리겠고...)
마운팅 슬롯이 하나인 점은 아쉽기는 하지만, 큰 단점으로 보기는 힘들겠죠. 앞뒤로 여러 개의 마운팅 홀이 설치되거나 앞뒤 슬라이드식 블록으로 설치된 부츠들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마운팅 블록이 하나이기에 받는 경향이기도 합니다만, 일반 부츠에 이 프레임이 설치되면 상당히 리어(rear) 세팅이 됩니다. 아주 아쉬운 일이지요. 리어 세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괜찮겠지만, 센터 세팅을 좋아하시는 분, 혹은 프론트 세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리어 세팅을 싫어하시는 경우에는 두 개 이상의 마운팅 홀이 있는 부츠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 하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끝내기 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위에서 MST 프레임과 관련된 내용에서 그걸 "작품"이라고 쓴 게 있고, "제품"이라고도 썼는데, 그건 차라리 모두 "작품"으로 고쳐 표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앞으로 인라인 프레임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생긴다면, 거기 이런 식으로 등재될 수도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가: 김태상
작품 이름: MST M10084 Type-R
작품 발표 연도: 2004년
이 작가분은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016-779-0701로 전화하면 목소리까지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