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
제니(Jenny), MST의 보급형(저가형) 프레임
MST. 이미 이 회사의 제품들은 대단히 특색있는 제품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계속 7075 프레임을 사용하여 강한 프레임을 만들었고, 이 프레임들이 선수들에 의해 사용되고, 또 나름 대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MST란 이름 자체가 Maximum Speed Technology로서 그 제품들이 추구하는 바는 속도(speed/velocity)입니다.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사용자들이 발휘하는 힘을 바퀴에 정확히 전달하고, 또 지면으로부터의 반응을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시합 상황에서 기민한 대처를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제작 의도는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MST 제품을 통하여 사용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어 왔다고 생각됩니다.
이 회사의 기존 제품들이 가진 단점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단점은 그 장점의 반대편에서 쉽게 찾아질 수 있는 몇 가지 사항과 높은 가격으로부터 기인합니다. 그 모두를 뭉뚱그려 대표적인 두 가지 단점만 지적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최대의 구조적인 강성을 지니게 하려다 보니 이 제품의 사용층이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 즉, 이 제품은 너무 강해서 일반 스케이터들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용자층이 선수층 위주로 한정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품은 힘도 좋고, 기술도 뛰어난 스케이터가 사용해야 합니다.
2. MST의 제품은 가공하기 힘든 7075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면에서의 원가 비중도 높고, 가공 시간에 따른 생산비가 많이 듭니다. - 모든 스포츠 용품의 생산에 있어서 재료 원가의 비중이라는 것은 사실상 무시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스포츠 용품도 협의의 원가만을 생각한다면 겨우 몇 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제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대개의 프레임들은 알루미늄을 압출(extrusion)하여 밀어 뽑아낸 것을 옆면의 구조적인 가공을 하는 것인데, MST의 제품들은 강한 7075 통 알루미늄을 기계적인 절삭(milling) 과정을 통해서 프레임의 모양으로 조각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개의 가공에만 7~8시간이 걸린다니 그에 따른 수공 때문에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가공해 낸 프레임도 아노다이징을 해야하는데, 7075 소재는 아노다이징도 잘 안 되는 것이고...
가끔 MST류의 제품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뷸릿(Bullet) 프레임과 MST 프레임이 비교되는 일이 있습니다. MST는 중공 처리된 부분의 바깥을 구조적으로 강한 6각 구조(honeycomb structure) 가공을 하여 더욱 구조적인 안정성을 기하고, 뷸릿은 강성이 7075와는 많은 차이를 가지는 6000 시리즈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는 데서 두 제품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하겠습니다. 재료의 원가나 가공 시간에서 두 제품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차이를 가지는 것이지요. 물론 프레임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재료의 강성보다는 그 프레임의 구조와 모양입니다. 실제로 MST나 뷸릿의 제품을 시험해 보면 감각적으로는 아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고, 둘 다 엄청나게 강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두 제품이 구조적인 강성의 유지에 있어서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쨌건 지금까지 MST 프레임에 대한 관심들은 대단히 많았으나 이 제품을 직접 구매하여 사용해 보기 힘든 것은 가격적인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MST에서는 보급형 프레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압니다. 그 이름은 제니(Jenny)입니다. 실은 이 제품의 이름은 저보다 먼저 간, 인라인 스케이팅을 좋아하던 제 딸 애의 애칭입니다. 지연이란 이름을 가졌고, 그래서 영문 이름으로 제인(Jane)이란 이름을 가졌던... 영어권에서 제인 혹은 제니퍼의 애칭이 제니이지요. 한 존재가 우리의 곁을 떠났을 때 그 존재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가슴아픈 것은 그 존재(being)가 존재(existence)했었다는 사실이 잊혀지는 것입니다. 역시 딸을 잃은 제 느낌이 그렇더군요. 한 때 제 곁에서 깔깔대며 웃고,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서럽다고 울고, 귀가 시끄럽게 떠들고, 괜히 심각한 척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면서 생생하게 살아있던 그 아이가 떠난 후 저는 다른 사람들의 뇌리에서 그 애가 점차로 희미해져 가는 게 참 가슴아프더군요.
MST 프레임이 만들어지던 초창기부터 저는 그 흥미로운 프레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제 관심권에 있지 않던 프레임이 계속적인 발전을 해 가는 것에 대해서 많은 기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MST 프레임에도 나름 대로 저의 아이디어도 반영이 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어쩌다 먼저 보낸 아이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적도 있었고, 저는 그 "잊혀짐"의 비극에 대한 얘기도 했었는데, MST의 김태상 선생님이 어느 날 저도 모르는 딸아이의 별자리를 제게 알려주고, 프레임에 그 별자리를 그린 그림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툭하면 하던 소리, "이런 좋은 프레임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써 보면 좋을 텐데..."라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보급형 프레임을 만들고, 그 이름이 잊혀지지 않게 그 프레임에 제니란 이름을 붙여보자는 데 의기 투합했던 것입니다. 기존 MST 프레임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그런 제품들의 특성을 그대로 가진 제니가 20만 원 대에서 선보인다는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몇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을 통해서 그 성능이 입증된 소재로서 압출이 쉽지는 않으나 가능한 7N01 소재를 사용하고, 기존 제품들의 강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기존 MST 프레임의 구조적인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 제품으로 이번에 제니(Jenny)가 선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의외로 압출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많아서 제품의 원래 발표 기일을 많이 넘긴 가운데 제니가 탄생했더군요.(나중에 들었는데, 미리 예약을 했던 분들에게는 죄송함의 표시로 오크라 휠 한 세트씩을 함께 발송했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 별자리가 새겨지지 않은 제니를 받아봤습니다. '제니란 이름의 프레임이라니...'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 제니가 직접 이 프레임을 봤더라면 얼마나 신기해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니의 디자인은 기존의 제품들에 비하여 훨씬 더 다이어트된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대략 기존 제품에 비하여 20g 정도가 더 가벼워졌고, 구조는 전과 같아서 강성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전엔 5륜 프레임의 경우 4개의 중공을 사용하여, 어쩔 수 없이 중간의 두 개의 중공이 사용됨으로써 측면의 디자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보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앞 뒤 두 개의 중공을 사용하고, 중간에는 수직의 립(rib) 형태로 격자를 넣어, 측면 디자인에서도 매우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입니다.(제가 그렇게 봐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의 디자인이 보다 세련될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의 중공이 기존 제품과 다른 모양으로 되어 있고, 네 번째의 중공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Jenny 845 Specification
- 색 상: 흑색, 적색, 은색
- 지상고: MST Type-R과 동일
- 무 게: 200g +_ 5g
- 소 재: 7N01
- 특 징: MST Type-R의 6각 벌집구조 보이드(void/중공) 적용
사진과 함께 중간중간에서 제니의 특징을 살펴볼까 합니다.
- 전형적인 MST의 포장 박스입니다. 제품명은 측면에 스티커로 붙어 있습니다.
- 약간 장난스러운 글씨체입니다. 우리 제니가 가끔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애였었거든요.^^
- 박스를 열고, 세로로 세워졌던 것을 하나 꺼내 놔 봤습니다. 우리 제니의 물병자리, 별자리의 모양이 제대로 보일 수 있게...
- 모든 제품에 물병자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그 패턴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저런 식으로 별자리가 새겨집니다. 하긴 다른 분들에게야 저 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나 우리 남겨진 가족들(bereaved family)에게나 의미가 있겠지요.^^;
- 이렇게 약간 각도를 달리하고, 한 개의 프레임만 놓고도 찍어 봤습니다.
- 검정색이 아닌 경우의 모양입니다.(이것은 물병자리를 새겨넣지 않은 것입니다.)
- 이런 식으로 물병자리가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조각을 한 것이 아니고, 또 실크 스크린으로 페인팅을 한 것이 아닙니다. 이 은색으로 보이는 별자리와 글씨는 레이저 에칭(etching)을 한 것입니다. 레이저로 아노다이징된 표면을 태워 저런 식의 색상이 도출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영구불변의 색으로 새겨진 것입니다.(현미경적인 음각이 된 것이지요.)
- 앞엔 프레임의 이름, Jenny가 새겨져 있습니다.
검정색으로 도색(아노다이징 처리)된 제품의 경우는 그 색이 빛을 흡수해 버려서 제품의 디테일을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일부러 빨간색 제품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 앞부분입니다. 첫 번째 중공이 둥글지 않고, 제품 벽선을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중공은 이런 식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 다각도로 찍어 봤습니다.
- 제품의 뒷모양입니다. 중공의 크기가 기존 제품들에 비해서 작아졌고, 상당히 귀엽게(?) 처리가 되어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크로스 브레이스(중공 격자) 뒤쪽이 더 길어 보입니다. 실제 사용해 보면 기존의 굵은 중공 격자에서와 같은 묵직함보다는 훨씬 경쾌합니다.(이 보급형 제품의 대상은 "여자 엘리트 선수"와 아마추어 레이서입니다.) 제니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서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이 제품의 앞뒤 마운트의 두께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뒤쪽이 앞에 비해서 살짝 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는 높이 조절의 의미도 있지만, 뒤축을 미는 감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여줍니다.(예민한 분들은 그걸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각도를 약간 달리하여 찍어 본 것입니다.
- 세 번째 격자는 이렇게 수직의 립(rib)입니다.
- 두 번 째 격자. 이런 격자가 얇게 수평으로 처리된 제품들이 많은데, 그런 제품에 비하여 제니는 얼마나 구조적인 강성이 크겠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 세 번째 격자.
- 제가 대체로 빨간색에 필(feel)이 꽂히는 사람인데, 제니는 이 검정색 바탕이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제니의 스펙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만, 이 제품의 특징은 기존 MST 제품들과 같은 것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MST 프레임의 장점은 스케이터의 힘을 잘 전달하는 것이고, 강한 직진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프레임에서 요청되는 두 개의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라는 것인데, 그건 결국 이 프레임의 구조적인 강성으로부터 기인합니다. 제니도 이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MST가 헥스(Hex)로 부르는 6각의 벌집구조(honeycomb structure). 아시다시피 벌집구조는 소재의 사용량을 줄여서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구조적인 안정성과 강성을 보장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벌집구조는 수백만 년 동안 가장 강한 구조였고, 지금도 항공기의 날개나 우주선에서 사용되는 구조입니다. 어떤 비싼 신발은 형상기억의 플라스틱 거품을 이용한 벌집구조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지요.(그런 것은 구조적으로 안정되고, 탄력성과 강한 복원력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것입니다만...)
하나 재미있는 것은 MST 제품의 경우, 스페이서가 없거나 길이 조절이 잘못된 스페이서를 사용할 경우, 베어링이 잠겨 베어링이 잘 구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 프레임이라는 것입니다. MST는 이를 자동차에서 바퀴가 잠기는 것에 비유하여 ABS(MST는 Anti-lock Braking System이 아닌 Anti-lock Bearing System으로 부릅니다.^^)라고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프레임의 쇼울더(shoulder)를 정밀가공하는 것과 더불어 액슬의 나사산의 정밀도 유지 및 액슬의 길이를 정밀하게 마이너스 쪽으로 가공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액슬 체결 상황이 플러스 쪽으로 가공된 제품의 경우 현미경적으로 미세한 틈새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이팅 시에 (주행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 프레임에서 달그락대는 소리가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페이서가 없이도 베어링이 안 잠겨서 잘 구른다는 것, 재미있지 않습니까?^^(좀 다른 얘기지만 영불 합작의 콩코드기가 최초에 추락했을 때 그 원인은 앞바퀴 두 개 사이의 스페이서 장착을 잊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이어가 좌우로 움직여 펑크가 나면서 그 파열된 조각이 날개 주위의 연료통에 구멍을 낸 바람에 불이 나고, 그것이 비행기의 폭발로 이어진 것인데, 만약 그 바퀴를 잡고 있는 프레임을 MST처럼 가공했었다면 그런 사고가 없었겠지요?^^)
제니, 이 제품의 발상으로부터 제작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제게 큰 의미가 있는 이 제품이 많이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팅을 좋아하던 우리 제니도 그와 함께 더 오래 많은 분들에게 기억되기를...
아무리 이 제품이 제 딸아이의 애칭을 달고 있다고 해도 (잘 아시다시피) 전 독한 놈이라서 안 좋은 제품을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김태상 선생님이 첫 번째의 MST 공동제작 시제품을 자랑스럽게 들고 제게 찾아와 받았던 냉대(???) 때문에 그 후에 독을 품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스스로 말씀하셨던 걸 잘 아실 것입니다.(그래요. 저 독한 놈이에요.-_- 살다 보니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표현하는 거 인간 관계의 유지에는 좋을지 몰라도 그 게 진실로 상대를 위하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분명 이 845 프레임, 제니는 가격 대 성능비가 대단히 좋은 제품입니다. 구조적으로 강한 프레임을 찾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MST. 이미 이 회사의 제품들은 대단히 특색있는 제품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계속 7075 프레임을 사용하여 강한 프레임을 만들었고, 이 프레임들이 선수들에 의해 사용되고, 또 나름 대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MST란 이름 자체가 Maximum Speed Technology로서 그 제품들이 추구하는 바는 속도(speed/velocity)입니다.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사용자들이 발휘하는 힘을 바퀴에 정확히 전달하고, 또 지면으로부터의 반응을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시합 상황에서 기민한 대처를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제작 의도는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MST 제품을 통하여 사용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어 왔다고 생각됩니다.
이 회사의 기존 제품들이 가진 단점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단점은 그 장점의 반대편에서 쉽게 찾아질 수 있는 몇 가지 사항과 높은 가격으로부터 기인합니다. 그 모두를 뭉뚱그려 대표적인 두 가지 단점만 지적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최대의 구조적인 강성을 지니게 하려다 보니 이 제품의 사용층이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 즉, 이 제품은 너무 강해서 일반 스케이터들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용자층이 선수층 위주로 한정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품은 힘도 좋고, 기술도 뛰어난 스케이터가 사용해야 합니다.
2. MST의 제품은 가공하기 힘든 7075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면에서의 원가 비중도 높고, 가공 시간에 따른 생산비가 많이 듭니다. - 모든 스포츠 용품의 생산에 있어서 재료 원가의 비중이라는 것은 사실상 무시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스포츠 용품도 협의의 원가만을 생각한다면 겨우 몇 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제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대개의 프레임들은 알루미늄을 압출(extrusion)하여 밀어 뽑아낸 것을 옆면의 구조적인 가공을 하는 것인데, MST의 제품들은 강한 7075 통 알루미늄을 기계적인 절삭(milling) 과정을 통해서 프레임의 모양으로 조각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개의 가공에만 7~8시간이 걸린다니 그에 따른 수공 때문에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가공해 낸 프레임도 아노다이징을 해야하는데, 7075 소재는 아노다이징도 잘 안 되는 것이고...
가끔 MST류의 제품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뷸릿(Bullet) 프레임과 MST 프레임이 비교되는 일이 있습니다. MST는 중공 처리된 부분의 바깥을 구조적으로 강한 6각 구조(honeycomb structure) 가공을 하여 더욱 구조적인 안정성을 기하고, 뷸릿은 강성이 7075와는 많은 차이를 가지는 6000 시리즈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는 데서 두 제품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하겠습니다. 재료의 원가나 가공 시간에서 두 제품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차이를 가지는 것이지요. 물론 프레임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재료의 강성보다는 그 프레임의 구조와 모양입니다. 실제로 MST나 뷸릿의 제품을 시험해 보면 감각적으로는 아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고, 둘 다 엄청나게 강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두 제품이 구조적인 강성의 유지에 있어서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쨌건 지금까지 MST 프레임에 대한 관심들은 대단히 많았으나 이 제품을 직접 구매하여 사용해 보기 힘든 것은 가격적인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MST에서는 보급형 프레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압니다. 그 이름은 제니(Jenny)입니다. 실은 이 제품의 이름은 저보다 먼저 간, 인라인 스케이팅을 좋아하던 제 딸 애의 애칭입니다. 지연이란 이름을 가졌고, 그래서 영문 이름으로 제인(Jane)이란 이름을 가졌던... 영어권에서 제인 혹은 제니퍼의 애칭이 제니이지요. 한 존재가 우리의 곁을 떠났을 때 그 존재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가슴아픈 것은 그 존재(being)가 존재(existence)했었다는 사실이 잊혀지는 것입니다. 역시 딸을 잃은 제 느낌이 그렇더군요. 한 때 제 곁에서 깔깔대며 웃고,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서럽다고 울고, 귀가 시끄럽게 떠들고, 괜히 심각한 척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면서 생생하게 살아있던 그 아이가 떠난 후 저는 다른 사람들의 뇌리에서 그 애가 점차로 희미해져 가는 게 참 가슴아프더군요. MST 프레임이 만들어지던 초창기부터 저는 그 흥미로운 프레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제 관심권에 있지 않던 프레임이 계속적인 발전을 해 가는 것에 대해서 많은 기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MST 프레임에도 나름 대로 저의 아이디어도 반영이 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어쩌다 먼저 보낸 아이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적도 있었고, 저는 그 "잊혀짐"의 비극에 대한 얘기도 했었는데, MST의 김태상 선생님이 어느 날 저도 모르는 딸아이의 별자리를 제게 알려주고, 프레임에 그 별자리를 그린 그림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툭하면 하던 소리, "이런 좋은 프레임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써 보면 좋을 텐데..."라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보급형 프레임을 만들고, 그 이름이 잊혀지지 않게 그 프레임에 제니란 이름을 붙여보자는 데 의기 투합했던 것입니다. 기존 MST 프레임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그런 제품들의 특성을 그대로 가진 제니가 20만 원 대에서 선보인다는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몇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을 통해서 그 성능이 입증된 소재로서 압출이 쉽지는 않으나 가능한 7N01 소재를 사용하고, 기존 제품들의 강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기존 MST 프레임의 구조적인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 제품으로 이번에 제니(Jenny)가 선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의외로 압출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많아서 제품의 원래 발표 기일을 많이 넘긴 가운데 제니가 탄생했더군요.(나중에 들었는데, 미리 예약을 했던 분들에게는 죄송함의 표시로 오크라 휠 한 세트씩을 함께 발송했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 별자리가 새겨지지 않은 제니를 받아봤습니다. '제니란 이름의 프레임이라니...'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 제니가 직접 이 프레임을 봤더라면 얼마나 신기해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니의 디자인은 기존의 제품들에 비하여 훨씬 더 다이어트된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대략 기존 제품에 비하여 20g 정도가 더 가벼워졌고, 구조는 전과 같아서 강성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전엔 5륜 프레임의 경우 4개의 중공을 사용하여, 어쩔 수 없이 중간의 두 개의 중공이 사용됨으로써 측면의 디자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보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앞 뒤 두 개의 중공을 사용하고, 중간에는 수직의 립(rib) 형태로 격자를 넣어, 측면 디자인에서도 매우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입니다.(제가 그렇게 봐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의 디자인이 보다 세련될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의 중공이 기존 제품과 다른 모양으로 되어 있고, 네 번째의 중공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Jenny 845 Specification
- 색 상: 흑색, 적색, 은색
- 지상고: MST Type-R과 동일
- 무 게: 200g +_ 5g
- 소 재: 7N01
- 특 징: MST Type-R의 6각 벌집구조 보이드(void/중공) 적용
사진과 함께 중간중간에서 제니의 특징을 살펴볼까 합니다.
- 전형적인 MST의 포장 박스입니다. 제품명은 측면에 스티커로 붙어 있습니다.
- 약간 장난스러운 글씨체입니다. 우리 제니가 가끔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애였었거든요.^^
- 박스를 열고, 세로로 세워졌던 것을 하나 꺼내 놔 봤습니다. 우리 제니의 물병자리, 별자리의 모양이 제대로 보일 수 있게...
- 모든 제품에 물병자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그 패턴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저런 식으로 별자리가 새겨집니다. 하긴 다른 분들에게야 저 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나 우리 남겨진 가족들(bereaved family)에게나 의미가 있겠지요.^^;
- 이렇게 약간 각도를 달리하고, 한 개의 프레임만 놓고도 찍어 봤습니다.
- 검정색이 아닌 경우의 모양입니다.(이것은 물병자리를 새겨넣지 않은 것입니다.)
- 이런 식으로 물병자리가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조각을 한 것이 아니고, 또 실크 스크린으로 페인팅을 한 것이 아닙니다. 이 은색으로 보이는 별자리와 글씨는 레이저 에칭(etching)을 한 것입니다. 레이저로 아노다이징된 표면을 태워 저런 식의 색상이 도출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영구불변의 색으로 새겨진 것입니다.(현미경적인 음각이 된 것이지요.)
- 앞엔 프레임의 이름, Jenny가 새겨져 있습니다.
검정색으로 도색(아노다이징 처리)된 제품의 경우는 그 색이 빛을 흡수해 버려서 제품의 디테일을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일부러 빨간색 제품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 앞부분입니다. 첫 번째 중공이 둥글지 않고, 제품 벽선을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중공은 이런 식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 다각도로 찍어 봤습니다.
- 제품의 뒷모양입니다. 중공의 크기가 기존 제품들에 비해서 작아졌고, 상당히 귀엽게(?) 처리가 되어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크로스 브레이스(중공 격자) 뒤쪽이 더 길어 보입니다. 실제 사용해 보면 기존의 굵은 중공 격자에서와 같은 묵직함보다는 훨씬 경쾌합니다.(이 보급형 제품의 대상은 "여자 엘리트 선수"와 아마추어 레이서입니다.) 제니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서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이 제품의 앞뒤 마운트의 두께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뒤쪽이 앞에 비해서 살짝 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는 높이 조절의 의미도 있지만, 뒤축을 미는 감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여줍니다.(예민한 분들은 그걸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각도를 약간 달리하여 찍어 본 것입니다.
- 세 번째 격자는 이렇게 수직의 립(rib)입니다.
- 두 번 째 격자. 이런 격자가 얇게 수평으로 처리된 제품들이 많은데, 그런 제품에 비하여 제니는 얼마나 구조적인 강성이 크겠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 세 번째 격자.
- 제가 대체로 빨간색에 필(feel)이 꽂히는 사람인데, 제니는 이 검정색 바탕이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제니의 스펙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만, 이 제품의 특징은 기존 MST 제품들과 같은 것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MST 프레임의 장점은 스케이터의 힘을 잘 전달하는 것이고, 강한 직진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프레임에서 요청되는 두 개의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라는 것인데, 그건 결국 이 프레임의 구조적인 강성으로부터 기인합니다. 제니도 이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MST가 헥스(Hex)로 부르는 6각의 벌집구조(honeycomb structure). 아시다시피 벌집구조는 소재의 사용량을 줄여서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구조적인 안정성과 강성을 보장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벌집구조는 수백만 년 동안 가장 강한 구조였고, 지금도 항공기의 날개나 우주선에서 사용되는 구조입니다. 어떤 비싼 신발은 형상기억의 플라스틱 거품을 이용한 벌집구조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지요.(그런 것은 구조적으로 안정되고, 탄력성과 강한 복원력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것입니다만...)
하나 재미있는 것은 MST 제품의 경우, 스페이서가 없거나 길이 조절이 잘못된 스페이서를 사용할 경우, 베어링이 잠겨 베어링이 잘 구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 프레임이라는 것입니다. MST는 이를 자동차에서 바퀴가 잠기는 것에 비유하여 ABS(MST는 Anti-lock Braking System이 아닌 Anti-lock Bearing System으로 부릅니다.^^)라고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프레임의 쇼울더(shoulder)를 정밀가공하는 것과 더불어 액슬의 나사산의 정밀도 유지 및 액슬의 길이를 정밀하게 마이너스 쪽으로 가공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액슬 체결 상황이 플러스 쪽으로 가공된 제품의 경우 현미경적으로 미세한 틈새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이팅 시에 (주행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 프레임에서 달그락대는 소리가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페이서가 없이도 베어링이 안 잠겨서 잘 구른다는 것, 재미있지 않습니까?^^(좀 다른 얘기지만 영불 합작의 콩코드기가 최초에 추락했을 때 그 원인은 앞바퀴 두 개 사이의 스페이서 장착을 잊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이어가 좌우로 움직여 펑크가 나면서 그 파열된 조각이 날개 주위의 연료통에 구멍을 낸 바람에 불이 나고, 그것이 비행기의 폭발로 이어진 것인데, 만약 그 바퀴를 잡고 있는 프레임을 MST처럼 가공했었다면 그런 사고가 없었겠지요?^^)
제니, 이 제품의 발상으로부터 제작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제게 큰 의미가 있는 이 제품이 많이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팅을 좋아하던 우리 제니도 그와 함께 더 오래 많은 분들에게 기억되기를...
아무리 이 제품이 제 딸아이의 애칭을 달고 있다고 해도 (잘 아시다시피) 전 독한 놈이라서 안 좋은 제품을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김태상 선생님이 첫 번째의 MST 공동제작 시제품을 자랑스럽게 들고 제게 찾아와 받았던 냉대(???) 때문에 그 후에 독을 품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스스로 말씀하셨던 걸 잘 아실 것입니다.(그래요. 저 독한 놈이에요.-_- 살다 보니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표현하는 거 인간 관계의 유지에는 좋을지 몰라도 그 게 진실로 상대를 위하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분명 이 845 프레임, 제니는 가격 대 성능비가 대단히 좋은 제품입니다. 구조적으로 강한 프레임을 찾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